Friday, November 17, 2017

미국은 WTO를 탈퇴할 것인가?

오늘자 Washington Trade Daily에 미국이 WTO를 탈퇴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기사가 떴다. 들여다 보니, 미국 상무부의 Deputy Assistant Secretary인 Skip Jones라는 사람이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한 강연에서 한 말을 인용한 것이었다.

그 강연에서 나온 질문에 대해 Skip Jones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무역협정이 미국의 노동자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요구(demand)했다고 답을 했다. 그리고 WTO는 다른 무역협정과 마찬가지로 결함이 많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미국 공무원 직제가 우리 직제에 1:1 대응이 되진 않지만, Deputy Assistant Secretary는 대략 국장(2급) 내지 실장(1급)에 해당하는 걸로 보인다. 위키피디아의 Executive Schedule에명확히 나오진 않지만, Level V라고 보는 게 무난한 것 같다. 약력을 보면 직업 공무원이고 트럼프 캠프랑 관련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직보하거나 할 위치는 아닌 것 같고,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의 지시를 받는 정도의 위치라고 보는 게 맞을 듯.

그래서 대략 저 정도의 정보로 미국이 WTO를 탈퇴할 것이냐를 이야기하는 것은 과도한 추측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WTO 탈퇴 가능성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에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이야기이기에 위 기사가 완전히 허황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최근에 다른 기사들에서도 미국이 WTO 체제를 불신한다는 소식은 잊을만하면 뜨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체계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다자체계에서는 미국이 아무리 발언권이 강하더라도 다수의 의견에 밀릴 때가 있다. 그런 환경에서 협상을 하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싫어하는 게 분명하다. 실상 WTO 회의를 가보면, 숫적으로는 하나에 불과한 미국 대표단이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들이 보낸 수십개의 대표단의 공조된 발언들에 밀리는 경우를 허다하게 볼 수 있다. 경제력으로나 군사력으로나, 그 수십개 국가들을 모두 모아도 미국의 1/10도 안 되는데도 말이다. 이들 국가들을 1:1로 만나서 미국의 의사를 관철하는 것이 다자간 협상을 통해 컨센서스를 얻어내는 과정보다 시간도 적게 걸리고 미국의 이익을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이쿠~ 그 생각을 왜 이전의 대통령들은 못했을까?

이전 대통령들은 사상 유례없는 소프트파워 제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통치 방식을 인정하는 기반에서 통상 정책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WTO 탈퇴 같은 극단적 조치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생 자체가 비즈니스 딜로 점철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수백년 지속될 아메리카 제국을 건설하는 과제보다는 러스트벨트의 힐빌리들을 만족시킬 상징적이면서 임팩트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설사 그 결과물들이 힐빌리의 경제를 좋게 만들지는 못해도 기분은 당장 좋게 할 수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힐빌리들은 이제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자격지심을 갖고 미워하던 뉴욕과 엘에이의 엘리트들은 잠시 접어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TPP 탈퇴, NAFTA 재협상, 한미 FTA 재협상, WTO 탈퇴 같은 임팩트는 묵직하지만 경제적 실효성은 거의 없다시피 한 정치쇼로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는 데 대해서 분노해야 하지 않을지? 이런 일련의 정치쇼야말로 힐빌리들에 대한 지적인 능멸(intellectual insult)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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